세계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구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출산율 저하, 고령화, 청년 유출은 더 이상 특정 국가·도시 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과제가 됐다.

지난달 부산시의회는 ‘글로벌 도시 인구 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인구 도전과 글로벌 해법’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국내외 인구 전문가, 도시계획가, 학계, 기업, 정책 관계자 등 12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정책 방향성을 모색하는 전략 포럼으로 치러졌다. 특히 지방의회가 이 같은 의제를 직접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포럼은 올해 1월 파이낸셜타임즈(FT)가 ‘The Baby Gap’ 시리즈에서 부산을 ‘소멸위험 도시’로 지목한 데서 출발했다. FT는 저출산·고령화, 청년 유출, 산업 쇠퇴, 중앙집권적 구조 등을 복합적인 부산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부산이 겪고 있는 문제는 곧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경고라고 보도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의 저자 제니퍼 스쿠바 박사는 ‘회복탄력성 다시 생각하기’를 주제로,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하는 지역사회의 상상력을 주문했다. 인구 감소를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회복과 전환의 동력을 찾자는 제언은 부산이 귀 기울여야 할 중요한 메시지였다.

패널토론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주거비용 문제, 청년의 지역이탈 등 구조적인 문제가 논의됐고, 단순한 출산 장려를 넘어 삶의 질과 권리 중심의 인구정책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부처 간 칸막이를 넘는 ‘이민청 신설’과 같은 통합적 거버넌스 개편의 필요성은 매우 현실적인 제안이었다. 한 발표자는 “이런 포럼은 시에서 주최하는 줄 알았는데, 시의회가 주최한 것이라 놀라웠다”며 지방의회가 정책 이슈를 선도하고 시 행정의 방향성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포럼은 지방의회 차원에서는 최초로 글로벌 관점에서 인구문제를 다룬 행사였다. 이는 지방의회가 단순한 심의·의결·감시·견제 기구를 넘어 지역정책의 방향을 설계하는 주체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의제 설정자’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방의회는 최근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관 제도 도입, 지방의회법 제정 추진 등 제도적 변화를 맞고 있다. 청주시의 개인정보 보호조례가 정부의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유도했고, 성남시의 청년배당이 고용노동부의 청년수당으로 이어졌으며, 서울시의 무상급식이 2021년 전국으로 확대된 사례 등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국가정책의 실험실이자 전진기지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7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다. 인구 문제는 더 이상 중앙정부에 맡길 게 아니라 지방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인구위기는 도시의 존속과 미래를 결정짓는 총체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정책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시의회도 인구 문제는 물론, 기후· 교육·청년·산업 등 다양한 의제를 통해 지역사회에 선제적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