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 빌딩 민중기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왔다. 전·현 대통령 배우자 중 공개 출석은 처음이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총 16개 혐의를 받는다. 이날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명품 목걸이 재산 신고 누락, 대선 경선 허위사실 공표 등 5개 혐의를 두고 조사를 받았다. 김 여사가 심야조사를 거부한 만큼 추가 소환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2일 특검 수사 개시 후 35일 만이다. 수사 기한은 최장 150일이므로 115일이 남았다. 김 여사는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 아직 결정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는 이날 먼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를 조사받았다. 전주로 가담한 혐의다. 이 사건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김 여사 계좌 3개와 모친 최은순 씨 계좌 1개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김 여사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명태균 씨에게서 불법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대가로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추궁을 당했다. 같은 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을 부정하게 청탁받은 혐의를 두고 검사와 공방을 벌였다. 같은 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착용한 고가 목걸이를 재산신고 내역에서 뺀 것 역시 16개 혐의 중 하나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출석요구서에 적시됐다.

김 여사는 예정된 시간보다 10분가량 늦게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포토라인에 선 후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특검 사무실로 들어갔다. 영상 기록을 남기는 데 동의하지 않아 녹화 없이 조사를 받았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진 않았다고 한다. 영부인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웬만한 권력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을 한 혐의를 받는다. 윤석열 정권의 스텝이 꼬인 것은 김 여사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다.

김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과 검찰총장 등 권좌에 있을 때 온갖 특혜를 누리며 법망을 빠져 나갔다. 지난해 7월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서울중앙지검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4년 반을 수사하고도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유권무죄란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영부인이었던 사람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