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 있는 서부경남 주민의 식수원 진양호가 한달째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지난달 중순 경남 내륙의 ‘괴물 폭우’ 때 떠내려온 폐기물 때문이다. 통상 비가 오면 상류에서 쓰레기가 쓸려오기는 하지만 이번엔 워낙 기록적인 호우 탓에 예년의 10배라고 한다. 수면 위에는 나뭇가지 동물사체 생활쓰레기 등이 뒤범벅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매일 트럭과 중장비를 동원해 수거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다음 달에도 작업 완료가 불확실하다. 한여름 부패한 쓰레기에서 풍기는 악취도 문제지만, 100만 주민이 이용하는 식수 안전이 제일 큰 걱정거리다.

100만 서부경남 주민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경남 진주의 진양호 수면이 지난달 중순 폭우 이후 상류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로 뒤덮혀 있다. 국제신문 DB

폭우로 인한 쓰레기 몸살은 비단 진양호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규모가 큰 국가 하천이나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창원 거제 통영 사천 남해 하동 등 경남 6개 연안 시군의 경우 이달 들어 수거한 쓰레기만 4000ｔ이 넘는다. 지난달 16~21일 내린 극한 호우 영향이다. 이들 지역은 쓰레기 때문에 생업인 어업은 물론 여름 피서철 관광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낙동강 하구는 상류와 역내 소하천에서 밀려든 쓰레기로 난리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하구 모래섬은 온통 부유물 천지다. 사하구가 다대포 등지에서 지난해 1년간 수거한 쓰레기가 540ｔ이었는데 이 추세로 가면 올해는 작년 수거량을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해양수산부가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쓰레기 양은 연간 15만ｔ에 육박한다. 이것의 약 65%가 육상에서 하천으로 흘러 들어 바다까지 밀려든 쓰레기다. 큰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면 도로나 하천가에 있던 나뭇잎이나 비닐 빈병 플라스틱이 빗물과 함께 강으로 쓸려가고, 그 물이 고스란히 바다와 합류해 오염시키는 것이다. 사람에 의해 수거되는 양은 극히 일부이고 바닥에 가라앉거나 먼바다로 떠내려가는 폐기물이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강이 오염되면 식수가 위협받고, 바다가 오염되면 식탁이 위험해진다는 걸 모두가 알면서도 사후 수거 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예방책이 나오지 않는다.

육상 오염물질을 원천 차단하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는 더더욱 없다. 하천과 바다 오염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낙동강이나 진양호처럼 인근 주민의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자연자원의 오염은 단순히 보존 필요성 차원을 넘어 건강 문제로 귀결된다. 낙동강에선 9년 만에 처음으로 ‘5월 조류 경보’가 발령되는 등 조짐이 심상찮다. 하천과 해양 쓰레기 문제는 대부분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선다. 오염원을 줄이거나 차단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해법을 고민하는데 정부와 관련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진양호 쓰레기 수거가 수자원공사만으로 힘들면 경남도나 지자체가 함께 나서 속도를 높여야 한다. 시급한 현안임에도 다른 기관 업무라고 구경만 한다면 그건 행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