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8일부터 철강·알루미늄이 들어간 407개 파생상품에 대해 50%의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철강과 자동차부품이 주력 산업인 부산 울산 경남 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부터는 이를 50%로 올렸다.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615개에도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번 조치로 총 1022개로 늘었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50% 품목관세 적용 범위를 407종의 파생상품으로 확대한 18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파생상품 관세는 해당 제품에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비율에 따라 부과된다. 1000만 원짜리 엔진 부품에 철강·알루미늄 비율이 40%라면, 400만 원의 50%인 200만 원이 품목관세로 적용된다. 나머지 600만 원은 한국과 미국 상호관세율 15%(90만 원)가 적용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추가 품목의 대미 수출액이 지난해 기준 총 118억9000만 달러(약 16조47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변압기에서 통조림, 포크까지 관세 충격에 취약한 중소기업 제품들이 상당수다. 지난달 말 미국과 상호관세 15% 합의로 급한 불을 껐지만 품목관세로 불길이 퍼지는 모양새다. 미 상무부는 다음 달에도 자국 업계 요청을 받아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수를 더 늘릴 전망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수출하는 제품 상당수가 품목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철강산업이 주력인 부울경 중소기업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관세 대상 제품이 미 HS코드(품목번호)기준으로 혼재돼 자사 제품이 해당되는지 알 수 없고 관세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로 공급이 과잉인 데다 관세율 50% 폭탄을 맞으며 부산 철강업계는 고사 위기다. 올 상반기 부산의 대미 철강 수출은 1억6712만 9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가 줄었다.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이 미국 현지 생산망과 유통망을 결합하면 한국산 제품은 경쟁력을 더 잃게 된다. 철강·알루미늄을 소재로 사용하는 자동차·기계부품 기업들도 관세 폭탄 대상이어서 부산 경제 위축이 걱정된다.

공급 과잉과 관세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울경 철강업계를 도울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 이들 기업을 위한 긴급 정책금융이 필요하다. 철강·알루미늄 함량 비율 산정이나 원산지 증명 같은 행정 비용을 보전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일본·유럽연합 등도 자국 철강업 보호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최근 약속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철강 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이 제정되도록 힘을 모아야겠다. K-스틸법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녹색철강기술과 투자를 위해 보조금 세금감면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25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철강·자동차부품 등 품목관세 인하와 예외 인정, 과세 유예를 끌어내기 위한 총력전을 벌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