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다. 이 대통령은 이틀 전 한일 정상회담 후 도쿄에서 곧바로 워싱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82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오찬 회동을 갖는다. 귀국 직전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먼저 미국에 도착해 각자 카운터파트와 의제 조율에 나섰고, 대통령실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에 이어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실무 협의에 투입됐다. 삼성 현대 SK 등 기업 총수도 대거 동행했다. 대통령실, 장관, 재계를 총동원하는 올코트프레스식 접근 방식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특수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재명(왼쪽)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25일 미국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회담 일정 확정 초기엔 통상·안보 관련 의제가 대략 정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회담이 임박하자 생각지 못했던 사안들이 자꾸 불거진다. 대표적인 게 미국 보조금을 받는 외국 기업은 미국 정부에 지분을 내놓게 하겠다는 현지 보도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으나 막상 회담이 시작되면 어떤 주제가 다뤄질 지 모른다. 외교장관이 한일 정상회담을 건너뛰고 미국으로 직행한 점이나 대통령실 ‘3실장’이 모두 뛴다는 건 마지막까지 뭔가가 급박하다는 신호다.

‘안보 동맹과 경제 협력 강화’라는 큰 틀을 제외하면 디테일한 부분에 한미 간 이견은 산재해 있다. 비록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지만 시장 개방 세부 분야, 대미 투자 방식과 이익 구조 등을 놓고 양측 말이 다르다.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협상하면서 즉석에서 투자액을 고쳐 썼던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지난달 구두로 합의한 내용이 어느 정도 귀속력을 가질 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양국이 손잡은 ‘마스가’(조선업) 협력도 구체화까지 갈 길이 멀다. 동맹 현대화를 위해 미국이 한국에 제시할 국방비와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규모, 대중 견제 동참 요구 수준 등은 실제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밝힌 한반도 비핵화 3단계(동결-축소-비핵화) 구상의 실현이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역시 미국의 호응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미에 앞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이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내놓는 등 전임 정부 기조를 계승하는 범위에서 비교적 무난히 마무리되면서 이재명식 실용외교는 한 고비를 넘겼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로부터 노하우도 전수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인 건 익히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양보는 최소화, 국익은 극대화 하기 위해 무엇을 지렛대로 쓸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카메라 앞에서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나 발언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것을 지킬 전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