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대표로 강성 반탄파(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인 장동혁 의원이 선출됐다. 장 신임 대표는 26일 열린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결선 투표에서 22만302표(50.27%)를 얻어 당선됐다. 결선에서 장 대표와 맞붙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1만7935표를 얻어 2366표 차로 석패했다. 정치 이력으로 보면 당 대선후보를 지낸 김 전 장관이 우세할 것이라고 보였기에 장 대표 당선은 이변이라는 평가다.

국민의힘 6차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장동혁 신임 대표가 26일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당 운영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는 판사 출신 재선 국회의원이다. 한때 대표적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됐으나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반탄파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같은 반탄파 후보인 김 전 장관보다 더 강성 노선을 택해 당심을 공략한 전략이 성공했다. 장 대표와 함께 새로 꾸려진 지도부는 반탄파가 절대적으로 많다.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신동욱 김민수 김재원 등 3명이 반탄파다. 여기에 당 대표가 지명할 최고위원도 반탄파로 점쳐진다. 국민의힘이 ‘친윤’으로 일컬어지는 과거 정부 주류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윤 어게인(윤 전대통령 복귀)’이나 극우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석 달이 다 되도록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퇴행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다. 앞서 국민 60%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국민 심판이 끝난 탄핵을 놓고 전당대회 과정 내내 찬탄(안철수·조경태)과 반탄(김문수·장동혁)으로 갈려 계파 갈등을 드러냈다. 친윤 인사로 꼽히는 극우성향 유튜버 전한길 씨는 경선에 개입해 찬탄파 후보들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합동연설회장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오늘의 승리는 당원 여러분들께서,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 낸 승리”라고 말했다. 보수 유튜버의 전폭적인 지원이 당선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 “당을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찬탄파를 향해 경고했다. 그는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대한민국의 비전은 고사하고 민심을 거스르는 제1 야당 신임 대표의 언행에 국민의 실망과 한숨이 깊어진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무력해지면 여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 기능이 약해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반탄파’를 “내란 세력”이라며 대화와 악수도 하지 않고 있다. 아예 국민의힘을 내란 집단으로 몰아붙여 정당 해산까지 운운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내란 종식’을 앞세운 민주당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극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득표를 위해 ‘윤 어게인’을 외쳤더라도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