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을 시작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교회와 미군 기지를 압수수색해 민감한 정보를 가져갔다. 이런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밝혀 긴장이 조성됐다. 이 대통령이 회담 도중 “압수수색은 특검의 사실 확인 과정”이라며 “미군이 아니라 한국군을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였다”고 반응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회담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배웅하지 않아 갈등이 있었다는 말이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우려했던 양국 안보 협력 관련 불안감을 불식시켰다는 점은 소득으로 볼 수 있다. 상견례 성격의 첫 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됐지만 미국이 차후 까다로운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오히려 양국은 친구 사이라며 동맹을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선 동맹을 더 위대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후 열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 “국방비를 증액, 미국산 첨단 전력 자산을 구매하겠다”고 밝혀 ‘안보 청구서’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것이 동맹 현대화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공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만남을 권하며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했다. 한미동맹과 북한 문제에 대해선 양국 정상이 큰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한 대목은 논란 거리다.

통상 문제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에 한국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한국 배를 사고 미국 내 조선 산업을 부흥하는 데 한국 역할을 강조한 점도 예상된 시나리오다. 대통령실은 앞서 합의된 사항을 다시 확인하는 선에서 회담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시장 개방을 원한다”고 말해 이견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예측불허의 상대를 만나 첫 방어전을 큰 실수 없이 치렀다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공동발표가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성패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실익 없는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회담 결과를 두고 냉철한 분석을 해야 할 이유다. 트럼프 리스크는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