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 추진위원회’가 28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출범했다. 부산시 부산시의회 부산시교육청 부산상공회의소 대학 등 산·학·연·민·관을 아우르는 90여 기관과 단체가 참여했다. 추진위는 글로벌 해양강국 중심도시가 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비전은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이고, 목표는 ‘글로벌 톱5 해양도시 도약’이다. 5대 항만 중심의 혁신성장 거점을 조성하고 해양산업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동남권을 포함한 남부권이 수도권 일극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한민국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른바 해양수도권이다.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열린 28일 부산상의 2층 상의홀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양재생 상의 회장 등이 출범 기념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추진위는 ▷공간 ▷산업 ▷인재 등 3대 혁신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북항과 다대항 등 5대 항만을 특성화하고, 북극항로·해양수산행정 복합타운 조성을 공간 혁신의 세부 과제로 설정했다. 해양 허브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셈이다. 암모니아 수소 기반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HMM 등 해운·물류 대기업 유치가 산업 혁신의 세부 과제다. 해양 특화 전력반도체와 이차전지, 친환경 기술을 도입한 ‘블루 뉴딜’이 산업 분야 새 그림이다. 인재 혁신 세부 과제 중 하나인 국립대 연합 ‘북극항로·해양수산 전문대학원’ 설립이 눈에 띈다. 이 대학원은 북극항로 관련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 인재를 길러내는 곳으로 발전해야 한다. 추진위는 연말까지 해양수도 도약을 위한 실행계획을 확정해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부산이 북극항로 거점도시가 되기 위해선 부산을 포함한 남부권이 배후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항만만 있다고 거점도시가 될 수 없다. 관광 에너지 물류 조선 철강 등 산업적 기반을 튼실히 해야 거점항만이 된다. 부산만 육성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경남 울산 전남 경북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중국 상하이 등 동부권 연안 항구도시가 우리의 경쟁 상대다. 유럽으로 바로 보내는 직송화물이 북극항로 시대의 비즈니스 대상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운임을 비싸게 받을 수 있다. 일부에선 쇄빙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고 하는데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운송 기간을 절약하므로 고운임을 받을 수 있다. 남방항로는 전쟁과 해적 때문에 불안하다. 안정성면에서도 북극항로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이라고 했다. 일의 속도는 느리지만 처리하는 모양은 믿음직스럽고 알차다. 여기에 호랑이 눈을 지닌다면 금상첨화다. 예리한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고 성실하게 나아가는 호시우보(虎視牛步)다. ‘동북아 해양수도 비전’ 선포 25주년과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이하는 자세다.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의 생존이 북극항로 거점도시 육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이 힘을 모았다면 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내세운 정부는 이에 합당한 지원으로 화답해야 한다. 해양수도권 육성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