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은 중대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약 388만 명이던 인구는 2023년 329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고령화율은 22%를 넘어섰다. 출산율은 0.66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으며, 청년층은 해마다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약 10만 명의 청년이 부산을 떠났다는 조사도 있다. 최근 언론과 SNS에는 ‘도시 소멸’ ‘비전 부재’라는 표현이 흔하게 등장한다.
특히, 지역 대학의 위기는 부산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다. 취업률이 떨어지면서 사립대학은 존폐 위기에 몰렸고, 국립대학조차 전국 대학 순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일부 대학 평가에서 서울 중위권 사립대학이 부산대보다 높다는 순위 발표에 지역민과 동문에게 큰 허탈감을 주었다. 결국 부산 청년들은 취직할 곳이 없다며 고생길이 훤한 서울로 떠나는 것이 오래된 현실이다.
부산과 많이 닮은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사카는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를 부산보다 먼저 경험했지만, 지방 정부와 대학, 기업이 삼각 협력 구조를 만들어 재도약에 성공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중심에는 ‘지역에 뿌리내린 고용 생태계’가 있었다. 국립대학인 오사카대는 지역 대기업과 협력, 졸업생 취업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오사카에는 파나소닉 다이킨 산토리 간사이전력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 기업들은 지역 대학과 장기적인 산학협력을 맺어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졸업생의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한 인턴십 수준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한 인재상을 대학과 공유하고, 대학은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편해 공급하는 ‘맞춤형 교육-취업 패키지’가 운영되는 것이다.
또한, 오사카시는 청년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잡 카페(Job Cafe)’라는 공공 취업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곳은 대학 졸업 예정자뿐만 아니라 졸업 후 미취업자, 경력 단절 청년에게도 1대1 컨설팅과 기업 매칭을 한다. 이러한 정책은 청년이 수도권, 도쿄로 떠나지 않고도 지역에서 괜찮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실제로 2020년대 들어 오사카대 취업률은 일본 내 최상위권을 기록했고, 대학 순위 또한 수도권 사립 명문대보다 높은 전국 최상위권에 있다. 지역 기반의 대학이 지역 대기업과 함께 성장하면서, 오사카는 청년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로 남을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떠한 전략을 추진해야 할까? 첫째, 부산은 스마트 콤팩트 도시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OECD는 부산이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15분 도시’ 개념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즉, 시민이 ‘15분’ 내에 주거·교육·의료·문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학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부산의 국립대학은 단순히 학생을 모집하고 학문 연구하는 것을 넘어, 산업과 연결된 ‘지역혁신 허브’가 되어야 한다. 지역 기업과 공동 프로그램을 현실화하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조선·해양·물류 등 부산의 전통 주력 산업뿐만 아니라, AI·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맞춘 학과 개편과 산학 연구단지 활성화가 절실하다.
셋째, 부산시와 대학은 힘을 모아 청년 맞춤형 고용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단기적 취업 알선을 넘어, 청년이 지역 기업과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산 잡 허브(가칭)’ 같은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 취업 상담, 기업 연계, 창업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행정과 대학 당국의 태도 전환이 절실하다. 지금은 청년 인구 감소가 곧 도시의 존망과 직결되는 시대이다. 부산은 기업 유치와 산업 육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대학은 청년의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 내고, 그와 직결된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결국, 부산이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행정-대학-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해 지역 기반의 선순환 고용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은 더 늦출 시간이 없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함께 성장하는 부산. 그 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