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오찬을 겸한 회동으로 정치 복원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을 함께했다. “내란 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고 한 정 대표는 이 대통령 중재로 장 대표와 악수하며 활짝 웃었다. 지난달 2일 취임 일성으로 대야 공세를 선언한 지 37일 만이다. 오찬 회동에서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마늘 쑥 먹으며 기다렸다” “비상계엄에 책임 있는 세력은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등 뼈 있는 말이 오고갔지만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협치를 복원하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장 대표는 오찬 후 이어진 대통령과 단독회동에서 ‘더 센 특검법’과 내란특별재판부설치법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특검 수사를 무리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이 가장 큰 책무다”고 말한 것처럼 협치 복원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다해야 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복원에 있어 이 대통령 역할이 중요하다. 거대 여당 구도 속에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야당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성과가 없으니 강성 목소리만 커진다.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으면 일방적 국회 운영이 불가피하다. “야당도 주요한 국가기관”이라는 이 대통령 인식은 협치 출발선이다. “민주당 출신이나 모두의 대통령” “여야 간극 줄이는 게 제 역할”이라는 발언 역시 협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여야가 서로 용인할 수 있는 공통 공약은 과감하게 시행하겠다”는 말도 했다. 협치를 위한 실천적 모습이라 하겠다.

민주당은 “많이 가졌으니 많이 내어주라”는 이 대통령 말대로 야당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 복원은 강자가 손을 내밀 때 가능하다. 소수당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삼권 분립을 저해한다는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판사 출신 민주당 의원도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야당 주장을 경청하는 게 결국 여당에 도움이 된다. 한국 정치사를 보면 그렇다. 자당 이기주의를 추구하면 독선에 빠지기 쉽다. 그러면 결국 국민에게서 멀어진다. 말로가 어떠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지금 여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브레이크를 걸 때는 걸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야당이 버려야 할 구습이다. 협치를 요구하면서 정략적으로 행동한다면 국민적 신뢰를 잃게 된다. 그래서 실질적 협치를 위한 민생경제협의체 제안은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장 대표가 제안하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적극 수용했다고 한다. 구성을 놓고 각당이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야당이 요청하면 응하기로 했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기 침체로 고통을 받는 국민은 정치권 싸움에 진절머리가 난다. 국민은 누가 민생을 더 챙기는지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회동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여야정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