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헤로스트라토스 /곽차섭

전교조 명단 공개한 국회의원의 목적이 단지 이름을 알리는 것만이 아니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02 22:26:23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기원전 356년 7월 20일경, 그리스 청년 헤로스트라토스는 에페소스(지금의 터키 서해안에 위치)에 있던 아르테미스 신전에 불을 질렀다. 사냥과 출산의 여신을 기리는 이 신전은 같은 신을 모신 약 30개의 그리스 성소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이 높았다. 높이 18m의 기둥들이 130m 길이로 늘어서 있는 이 열주의 대리석 신전은 고대세계 7대 경이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다. 헤로스트라토스의 방화 동기는 놀랍게도 단지 명성을 얻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그는 방화의 책임을 피하려 하기는커녕 이 행위가 자신의 이름을 역사 속에 불멸케 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언명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당혹한 시 당국은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그를 처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그의 이름 자체만 언급해도 사형에 처한다고 선포하였다. 하지만 키오스 출신의 당대 역사가 테오폼포스가 이 사건을 기록함으로써 헤로스트라토스는 자신의 뜻대로 역사 속에 '악명'을 남기게 되었다.

역사 속에는 이러한 헤로스트라토스 식 명성을 쫓는 사례가 결코 드물지 않다. 잘 알려진 현대의 사례 중 하나가 비틀즈 창설 멤버였던 존 레넌을 암살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다. 1980년 12월 8일 그는 레넌의 아파트 바로 바깥에서 그에게 총을 쏘았고 놀랍게도 당시 미국 청년들의 애독서였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면서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에게는 최소 20년 이상의 종신형이 구형되었다. 그는 기꺼이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였고 이후 수차례의 가석방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다각도의 심리 검사가 행해졌으나 어떤 뚜렷한 범죄 동기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당신이 유명해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어쨌든 그와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인터뷰와 기사와 책과 영화가 만들어졌으니 그는 현대의 헤로스트라토스가 된 것이다. 채프먼에게는 존 레넌이 아르테미스와 같은 신이었고, 결국 그는 신을 죽임으로써 유명해진다는 고대의 전례를 되풀이한 셈이다.

헤로스트라토스나 채프먼과 같은 범죄형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명성을 희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남이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다만 그러한 욕망이 얼마나 강한가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스스로 그것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은 남의 명성에 기대어 대리만족을 얻으려 한다. 바로 이러한 욕망을 먹고 사는 대표적인 경우가 연예인이다. 그들에게 팬들로부터 얻는 인기는 절대적이다. 연예인의 명성은 전적으로 팬들의 사랑에서 나온다. 하지만 팬들의 사랑에 현혹되어 자신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다가는 언제 인기가 급락할지 모르는 것이 연예인의 이중적 운명이기도 하다.

인기의 문제는 연예인뿐 아니라 정치인에게도 적용된다. 정치가라면 거창하게 보이지만 그들 역시 인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팬을 상대하는 연예인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마키아벨리의 유명한 언명이 있다. 그는 '군주론'에서 군주가 인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편이 좋은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좋은가라는 전통적인 문제를 제기한 뒤 양자를 다 취하기는 어려우므로 두려움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그야말로 전례 없는 주장을 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이다. 두려움은 자신이 가진 능력의 산물인 반면 사랑은 그것을 주는 인민들로부터 나오므로 주는 편이 언제 그것을 거두어들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에 기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의 정치인들인 만큼 마키아벨리의 옛 언명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최근 한 여당 의원이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서까지 전교조 명단 공개를 강행한 일이 있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이므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명단 공개를 할 수 있다고 강변하였다. 나는 그의 행위가 혹시라도 명성을 얻기 위해서라면 신도 죽이려 했던 헤로스트라토스의 범죄와 동류가 아니길 바란다(자신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류가 아닌 것도 같다). 유명해지고 싶은 정치인의 야심은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독이기 때문이다.

부산대 사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2. 2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3. 3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4. 4[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5. 5[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6. 6혈압 오르는 계절…‘고혈압 속설’ 믿다가 뒷목 잡습니다
  7. 7신임 장관 후보 절반이 여성…정치인 대신 전문가 중용(종합)
  8. 8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9. 9한국, 대만 선발에 꽁꽁 묶여 타선 침묵
  10. 10부산中企·스타트업 ESG경영 확산…민·관·공 ‘3각 동맹’
  1. 1[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2. 2신임 장관 후보 절반이 여성…정치인 대신 전문가 중용(종합)
  3. 3우리기술 고체 우주발사체, 민간위성 싣고 날아올랐다
  4. 4연제구_김희정
  5. 5“서부산 발전의 키는 낙동강 활용…제2대티터널 등 재원 투입”
  6. 6이르면 4일 8곳 안팎 개각…한동훈은 추후 원포인트 인사
  7. 7윤 대통령 6개 부처 개각, 3명이 여성, PK 출신 2명
  8. 8박형준, 이재명에 산은 부산이전 촉구 서한 "균형발전 시금석"
  9. 9부산시의회 ‘안전 통학로’ 예산 2억 늘려
  10. 10與 혁신위 ‘최후통첩’ 최고위 상정 불발…지도부 무반응 일축
  1. 1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2. 2부산中企·스타트업 ESG경영 확산…민·관·공 ‘3각 동맹’
  3. 3건설사 부도·中企대출 연체 ‘빨간불’
  4. 4부산 이전 효과 제엠제코, 중기부 장관상
  5. 5고객 맞춤 와인 추천 서비스…단골 많은 건 ‘소통의 힘’
  6. 6부산銀,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31일까지 전액 면제
  7. 7부산 콘텐츠 입힌 기념품 400여 종, 디자인 차별화 눈길
  8. 8주가지수- 2023년 12월 4일
  9. 9서면 무신사 매장, 상권 불씨 살릴까
  10. 10롯데 3세 경영 가시화? 신동빈 父子 부산출장 동행 촉각(종합)
  1. 1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2. 2[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3. 3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4. 4동아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25일까지 참가자 선착순 모집
  5. 5초등 취학통지· 예비소집 실시…소재·안전 확인 위해 대면원칙
  6. 6[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1> 티무르와 테무르 ; 호라즘 땅에서
  7. 7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5일
  8. 8故 김지태 선생 아들 통 큰 기부…부산 북구 신청사 탄력
  9. 9“한 달에 1500만원”…10대 청소년 노래방 도우미로 유인한 20대 女
  10. 10직할시 승격 발맞춰, 시내버스 노선 확 늘리고 배차 체계화
  1. 1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2. 2한국, 대만 선발에 꽁꽁 묶여 타선 침묵
  3. 3천당과 지옥 넘나든 손흥민…최강 맨시티와 무승부
  4. 4여자핸드볼 홈팀 노르웨이에 완패…세계선수권 조3위로 결선리그 진출
  5. 5우즈 “나흘간 녹을 제거했다”
  6. 6반즈 MLB행 가능성…거인, 재계약·플랜B 투트랙 진행
  7. 7아이파크, 수원FC와 승강PO
  8. 8최준용 공수 맹활약…KCC 시즌 첫 2연승
  9. 9동의대, 사브르 여자단체 金 찔렀다
  10. 10맨유 101년 만의 ‘수모’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수학의 점과 물리의 점
아무도 모르는 카르텔에 갇힌 韓 R&D 투자 철학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조선산업과 인공지능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과정 통한 인재 발굴과 육성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부산 스포츠 ‘마 함 해보입시더’
도청도설 [전체보기]
독수독과 이론
주가연계증권 시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밤과 몽블랑
참새구이와 어묵
사설 [전체보기]
경제 중심 6개 부처 개각…국정 쇄신 마중물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해법 현장에서 찾아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웃음은 의외로 강력하다
노인빈곤,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연장이 답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을숙도 갈숲이 전하는 말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화가 장욱진이 온다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