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장희창

강을 가만 놔두라는 저들의 외침을 모른체 한다면 야만의 사회 될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28 21:26:34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소월은 이렇게 노래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그러나 우리의 강변은 이제 살벌한 전쟁터다. 강변도 금모래도 갈잎의 노래도 사라지고 있다. 수천 년 세월 동안 아름답고 기쁘고 추하고 슬펐던 온갖 이야기들의 모태였던 강변이 사라진다. 불도저와 포클레인이 강변을 싹둑 자르고, 콘크리트 제방으로 강과 우리의 삶을 갈라놓고 있다. 남북 분단과 계층 분단에 이어 이제 자연과 인간의 분단이 금수강산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소월의 노래는 예언자적 울림으로 비극적 현실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준다.

소신공양, 자신의 몸을 불태워 중생을 먹여 살린 문수스님의 유언. "이명박 정권은 4대 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니라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뼈를 깎는 용맹정진으로 사심(私心)을 버리고 또 버려 삼라만상을 밝게 비추어 보았을 수도자의 눈에 비친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다. 자연 앞에 겸손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지 말고, 가난한 시민을 돌보라는 메시지다. 가진 자가 더 가지려는 광기가 온 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시대의 거짓과 폭력이 순교자를 부른다.

그저께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4대 강 공사현장의 보에 올라 4대 강 사업을 저지하는 직접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선언서는 절절한 호소로 끝을 맺는다. "4대 강의 생태계와 안전하고 맑은 물과 그리고 강에 기대어 살아가야 할 고향의 어머니, 아버지, 앞으로 강과 함께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 파괴와 폭력의 4대 강 사업을 여기서 중단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해 주십시오. 지방선거에서 심판했지만 토건세력은 굳건하고 지방정부의 힘은 아직 부족합니다. 중앙정치는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깨어 있어 주십시오. 4대 강을 위하여, 4대 강 사업의 중단과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하여 함께 행동해 주십시오."

함안보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최수영 씨. 그를 몇 번 본 적 있다. 네 살, 여섯 살 먹은 두 아들의 아버지. 해운대 장산 생태 학습 탐방로에서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개울을 건너고 이름 모르는 풀의 존재를 일깨워주던 모습. 문수스님 49제 때 열변을 토하던 모습도 기억난다. 그저께 그의 부인과 두 아들이 현장을 찾았다. 그의 부인은 저 멀리 타워크레인 위에 있는 남편을 향하여 고성과 수신호로 연락을 하고, 이를 지켜보던 아들은 "엄마! 아빠 있는 데까지 다리 놓으면 안 돼?"라고 물었다. 사십 미터 고공에서 찾아오는 밤은 얼마나 두렵고 까마득할 것인가. 한여름의 열기로 달아오른 철판은 얼마나 뜨거울 것인가. 관할 경찰서는 활동가들에게 휴대전화 배터리 지원을 차단함으로써 가족과의 연락이라는 최소한의 인도적 도움조차도 거절하고 있다. 함안보 전망대에서 타워크레인을 향해 시민들이 소리친다. "이환문, 최수영 괜찮나? 밥은 묵었나?"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을 외면하는 저들의 마음은 기계의 마음인가, 불도저의 마음인가? 최근에 '엄마야, 어무이요, 오, 낙동강아!'라는 시집을 내어 4대 강 사업을 고발한 시인 박정애는 이렇게 말한다. "도편수 대목장이 큰 나무 하나 자르거나/ 재목을 쓸 때도 세 번 절하여/ 다시 태어나 천년을 살라 축문에 헌사를 올리고/ 춘향목 눕혀 놓고 먹줄을 들면 손이 떨린다는데/ 저 막무가내 토목 백정 장강대하 목줄을 잡고/ 뱃구레 따는데 여태 파먹은 것도 모자라/ 내장을 꺼내들고 아예 거들낼 참."

문수 스님이 온몸으로 끌어안아야 했던 극한의 열기, 최수영 씨를 비롯한 활동가들을 가두고 있는 열기와 고독을 모른 체하고, 일상의 테두리에 갇혀 날씨가 왜 이리 덥냐고 호들갑만 떨고 있다면,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무관심과 무지가 깊어간다면 우리 사회는 한 발 한 발 더 야만의 사회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의 무사귀환을 다시 빌며, 우리는 행동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의 아들이 놓아 달라는 다리는 물론 우리 시민사회의 몫이다.

동의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성폭행 당하고도 가해자 낙인” 59년의 恨 대법은 풀어줄까
  2. 2추신수, 부산고에 소고기 50㎏ 쐈다…황금사자기 첫 우승에 동문도 ‘들썩’
  3. 3“영화계·시민 모두의 소리 듣겠다” BIFF 12일 쇄신 간담회
  4. 4해파리 곧 출몰한다는데…해수욕장 차단망 내달께 설치
  5. 5부산 52만 명 감정노동 시달리는데…권익보호 외면하는 부산시
  6. 6훈육하다…싸우다가…자녀 살해한 부친들
  7. 7대행체제 시설공단, 먹튀 논란 교통공사…공석 대표자리 인선 주목
  8. 8U-20 3연속 4강…브라질·잉글랜드 차례로 격파
  9. 9“과외앱 통한 만남 겁난다” 정유정 후폭풍에 탈퇴 러시
  10. 10‘택시 등 대중교통비 인상 전 의견수렴 의무화’ 조례 시끌
  1. 1‘택시 등 대중교통비 인상 전 의견수렴 의무화’ 조례 시끌
  2. 2“천안함 자폭” 논란 이래경, 민주 혁신위원장 9시간 만에 사의(종합)
  3. 3북한 위성 재발사 임박? 설비 이동 움직임 포착
  4. 4민주 혁신위원장 이래경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에 사의
  5. 5황보승희 정치자금법 수사…與 초선 풍파에 교체론 커지나
  6. 6[정가 백브리핑] ‘영원한 형제’라던 권성동·장제원, 상임위서 또 이상기류
  7. 7尹 지지율 5주 연속 상승세 꺾이고 약보합..."野 공세 효과 아직"
  8. 8이래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임명 9시간 만에 사퇴(종합)
  9. 9대통령실, KBS TV 수신료 분리징수 위한 법령 개정 권고
  10. 10국회 부산엑스포 특위도 4차 PT에 힘 보탠다.
  1. 1주가지수- 2023년 6월 5일
  2. 2부울경 매출 5000억 이상 상장사 지난해 39곳…성우하이텍 전국 순위 14계단 상승
  3. 3지난달 라면 물가 13% 급등…금융위기 이후 최고 상승
  4. 4부산서 10월 'OTT 국제행사' 열린다…"투자 유치 도모"
  5. 5프린터시장도 친환경 바람..."레이저 프린터 비켜~"
  6. 6올해 우윳값 얼마나 오를까… 소비자는 불안하다
  7. 7정규직 전환 성공한 인턴들 비결은
  8. 8생필품 10개 중 8개 올랐다(종합)
  9. 9"지난해 대중 수출 4.4% 감소…중국 외 시장에선 9.6%↑"
  10. 10올해 1~4월 건설 수주액, 작년보다 15조 줄었다
  1. 1“성폭행 당하고도 가해자 낙인” 59년의 恨 대법은 풀어줄까
  2. 2해파리 곧 출몰한다는데…해수욕장 차단망 내달께 설치
  3. 3부산 52만 명 감정노동 시달리는데…권익보호 외면하는 부산시
  4. 4훈육하다…싸우다가…자녀 살해한 부친들
  5. 5대행체제 시설공단, 먹튀 논란 교통공사…공석 대표자리 인선 주목
  6. 6“과외앱 통한 만남 겁난다” 정유정 후폭풍에 탈퇴 러시
  7. 7“父 4번 입대해 2차례 참전…총알 피했지만 병마로 쓰러져”
  8. 8‘감정노동현장’ 콜센터 취업기 <하> 빚 권하는 사회 비판하면서…‘카드 돌려막기’ 권유 회의감
  9. 9복지부 장관 “2025년 입시땐 의대정원 확대”
  10. 10“초·중 찾아가 환경교육…그린도시 부산도 선도”
  1. 1추신수, 부산고에 소고기 50㎏ 쐈다…황금사자기 첫 우승에 동문도 ‘들썩’
  2. 2U-20 3연속 4강…브라질·잉글랜드 차례로 격파
  3. 3U-20 월드컵 축구 한국 2회 연속 4강 진출 쾌거
  4. 4세트피스로 ‘원샷원킬’…최석현 95분 침묵 깬 헤딩골
  5. 5알바지 UFC 6연승…아랍 첫 챔프 도전 성큼
  6. 6프로 데뷔전서 LPGA 제패한 슈퍼루키
  7. 7한국 U-20 월드컵 2회 연속 4강..."선수비 후역습 통했다"
  8. 8기세 오른 롯데도 “스윕은 어려워”
  9. 9‘부산의 딸’ 최혜진, 2년7개월 만에 KLPGA 정상
  10. 10맨체스터의 주인은 맨시티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바뀐 것이 원인이다
낙동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기고 [전체보기]
당신이 부산에서 다치면 안 되는 이유
제28회 바다의 날을 보내며
기자수첩 [전체보기]
BIFF 사태, 단순 내부갈등으로 치부될 일인가
업자에 돈 빌려준 경찰들…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었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일회담, 그들의 영구집권은 가능할까?
한국은 여기까지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피리와 히치리키
엑스포와 나비효과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산은, 새 성장축 발전에 동참하길
‘소통 부재’를 해결하는 법
도청도설 [전체보기]
국가대표의 품격
애덤 스미스 300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해 뒷고기
명태 산업
사설 [전체보기]
콜센터 저임금·감정노동스트레스 해법 찾아라
‘안전과 속도’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할 가덕신공항
세상읽기 [전체보기]
6·25전쟁, 의사, 그리고 부산
증거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가족에게 감사의 꽃을 드립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나에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경제 괜찮은가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그림의 맛, 돈의 맛
중세의 혐오와 공감의 정치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밥의 길, 쌀의 미래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대통령의 초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
새옹지마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어린이를 위한 음악
두 마리 토끼, 콘골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남농산수화’의 탄생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CEO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부산을 꿈꾸며
지역서도 유니콘 기업 나와야 한다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