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VIP신드롬 /정상도

환자 유출 걱정하는 부산 의료계, 기본에 충실한 진료와 서비스 정신 갖춰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그노톨로지(agnotology)라는 미디어 용어가 있다. 값싼 뉴스는 넘쳐나지만 진짜 정보가 없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로버트 프록토 교수가 특히 논쟁적인 주제에서 뭔가 뉴스는 많은데 정보가 없는 상황을 이렇게 정의했다지만 시민들 입장에서 의료계를 이보다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없겠다 싶다.

우리는 의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산다. 인터넷을 두드리면 각종 의료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그많은 정보를 제쳐두고 아는 의사부터 먼저 찾는다. 내 몸을 맡기려면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적어도 병원에 간다면 다른 사람들과 뭔가 다른 대접을 받고 싶은 욕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방도가 마땅찮다. 부탁을 받아야 하는 의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이런 상황에서 VIP신드롬이 발생한다.

'가벼운 치질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A 씨. 막상 수술실에서 확인된 A 씨의 치질은 뿌리가 깊었다. 병원은 VIP 대접을 하느라고 치질의 뿌리까지 제거하는 큰 수술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마침 회사에서 격무에 시달리던 A 씨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에 할 말을 잃었다'.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수술실, B 씨의 수술을 병원 원장이 직접 집도했다. 예상보다 출혈량이 많았던 B 씨. 원장이 수혈 준비를 외쳤지만 아뿔싸, 수혈에 필요한 혈액 부족. 이날 팔을 걷고 나선 병원 직원들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VIP신드롬 사례는 의료계에 차고 넘친다. 의사들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특별한 부탁을 받아 진료 및 수술에 나섰으나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VIP신드롬이라고 한다. 환자에게 잘 대해 주려다 보니 부담이 생겨 오히려 수술이나 진료에서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의료계가 과연 기본에 충실한가라는 질문이다. 왜 의사가 신경을 쓸수록 예기치 못한 일이 더 잘 생기는 것일까. VIP 대접을 받았다고 여겼던 환자들이 이 사실을 알면 기분이 어떨까. 만약 의사가 자신의 가족을 환자로 진료한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하버드대학교 의대 연구(1984년)에 따르면 부작용이 생긴 의무기록 1133건을 검토한 결과 70%는 예방이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최근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전형으로 여기는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 규정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323개 기준, 1192개 항목을 평가하는 방대한 JCI 인증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 환자 확인이다. 안타깝게도 수술실에서 환자가 바뀌고 환자의 오른쪽 다리 대신 멀쩡한 왼쪽 다리에 메스를 대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 오늘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다. 이를 두고 의료사고를 설명하는 스위스 치즈 모델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병원에서 하나의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 결함으로, 구멍이 뚫린 스위스 치즈를 하나의 끈으로 연결하듯,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경부고속철도 완전 개통을 앞두고 부산 의료계에서 환자들의 역외 유출을 막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해 4000억 원 이상이 역외 환자 유출로 인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부산 환자 지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로 갈 환자들이 이런 상황을 납득하고 서울행을 포기하겠는가.

부산 환자 역외 유출을 막으려면 부산 의료계의 환골탈태가 우선이다. 굳이 JCI 인증 첫 번째 항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환자를 VIP로 대우하려는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의료계는 과공비례라며 VIP신드롬을 웃어넘기지만 환자 입장에서라면 아무리 과하더라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의료 서비스의 질이고 양이다. 30분 기다렸다가 고작 30초 만에 진료를 끝내도 뭐라고 하소연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것이 우리의 환자들이다. 적어도 환자 입장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논란에…정부 "당장 시행 아냐"
  2. 2국과수서 ‘김호중 사고 전 음주 판단’ 감정 결과 나와
  3. 3정부, 'R&D 예타폐지 부작용' 우려에 "전문검토 기능 강화"
  4. 4[날씨 칼럼]봄바람 주의보, 봄철 강풍에 주의하세요
  5. 5국제유가 '우하향' 추세에 전국·부산 기름값 동반 하락
  6. 6뉴욕증시 다우지수 첫 4만선 돌파 마감 ‘역대 최고’
  7. 7부산, 울산, 경남 대체로 맑고 낮에는 ‘초여름 더위’
  8. 8가수 테이 고향 울산시 홍보대사 됐다
  9. 9석유관리원 "전국서 '품질관리 주유소' 운영…ℓ당 30원 저렴"
  10. 10준공무원 처우에도 구인난…유례없는 버스운전사 채용설명회
  1. 1국회의장 후보에 민주 우원식…추미애 꺾고 이변(종합)
  2. 2국힘 ‘라인 사태’ 적극 대응으로 전환…장제원 “다음주 초 과방위 회의 열 것”(종합)
  3. 3국회부산도서관, 市 의정정보서비스 강화 추진
  4. 4‘친명’ 과도한 권력 집중에 견제구…우원식 첫 시험대는 국회 원 구성
  5. 5[속보]북한, 탄도미사일 발사…25일만에 무력 도발
  6. 6지역구로, 중앙당으로…부산 與 재선 5인 보폭 넓혀 존재감
  7. 7국힘 수석대변인에 곽규택·김민전 내정(종합)
  8. 8與 "전국민 25만 원, 선별적 지원도 반대"
  9. 9우원식, 추미애 누르고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10. 10“교권 존중 받는 정책 만들 것” 여야 한목소리
  1. 1'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논란에…정부 "당장 시행 아냐"
  2. 2정부, 'R&D 예타폐지 부작용' 우려에 "전문검토 기능 강화"
  3. 3국제유가 '우하향' 추세에 전국·부산 기름값 동반 하락
  4. 4석유관리원 "전국서 '품질관리 주유소' 운영…ℓ당 30원 저렴"
  5. 5옛 미월드 부지 ‘생숙’ 추진, 시공사 리스크가 발목 잡을라
  6. 6메가마트 남천·NC百 서면, 폐점 앞두고 눈물의 고별전
  7. 7공유수면 점·사용료 울산 경남의 7배…부산 조선업계 한숨
  8. 8산은 ‘부산화’ 속도낸다…2차 공공기관 이전 물꼬 터야
  9. 94월 부동산지수 한 달 만에 반등(종합)
  10. 10[속보]간암 신약 HLB ‘리보세라닙’, 美 FDA 허가 불발
  1. 1국과수서 ‘김호중 사고 전 음주 판단’ 감정 결과 나와
  2. 2[날씨 칼럼]봄바람 주의보, 봄철 강풍에 주의하세요
  3. 3부산, 울산, 경남 대체로 맑고 낮에는 ‘초여름 더위’
  4. 4준공무원 처우에도 구인난…유례없는 버스운전사 채용설명회
  5. 5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1>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
  6. 6“글로벌허브 부산, 세계적 수준 교육 생태계 필수”
  7. 7국제신문 제작 '영화 청년, 동호' 칸영화제서 세계인에 첫선
  8. 8“돌봄공백 해소 부산형 늘봄, 304개 모든 초등학교 운영”
  9. 9‘김 여사 수사 담당 보직’ 檢 중간 간부 후속 인사도 속도
  10. 10감형 노린 ‘기습공탁’ 막는다…피해자 의견 의무 청취
  1. 1KCC 농구단이 원하면 뭐든지…市, 사직체육관 싹 뜯어고친다
  2. 2수영초 야구부, 대통령배 초대 챔피언 아깝게 놓쳤다
  3. 3‘10-10 클럽’ 도전 손흥민, 화려한 피날레 장식할까
  4. 4사브르 ‘뉴 어펜저스’ 3연속 올림픽 단체전 金 노린다
  5. 5‘축구 추락 책임론’ 정몽규 협회장, AFC 집행위원 선출
  6. 6셀틱,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3연패
  7. 7이정후 어깨에 심각한 구조적 손상
  8. 8KCC 안방서 우승 뒤풀이…“내년에도 팬들 성원 보답”
  9. 9애스턴, 토트넘 밀어내고 41년만의 꿈 이루다
  10. 10동의대·부산스포츠과학센터 업무협약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계의 스승과 제자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국제칼럼 [전체보기]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생성형 AI시대와 저작권
기고 [전체보기]
해외직구식품,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필요하다
‘질병x’ 대유행 예방과 대응, 대만과 함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김동호와 칸
반야용선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조식전쟁
미쉐린 가이드와 ‘부산의맛’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올해만 13명 사망, 조선소 안전대책 다시 짜라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민심 따라 협치 나서길
세상읽기 [전체보기]
사라지는 중간, 중산층을 위한 도시
기후 변화로 뜨거운 ‘지구 응급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특별한 장점과 잠재력 지닌 사람들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걷기축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