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허당 총리` 필요한가 /고기화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희한한 자리

분권형 총리 제도화 필요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착잡하고 답답하다. 대한민국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의 심정이 대개 이럴 듯하다. 40대의 '젊은 서민형 총리'로 깜짝 등장한 경남도지사 출신의 김태호 후보자가 계속된 말 바꾸기로 인한 신뢰 상실로 낙마한 뒤, 청와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가 60대 호남 출신의 김황식 후보자이다. 대법관을 지낸 데다 감사원장까지 했으니 청렴성만큼은 최고려니 믿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오십보백보'라는 생각이 든다. 청문회를 통해 꼬리를 문 의혹의 상당 부분은 해명됐지만, 병역 면제와 증여세 탈루 의혹, 수입보다 많은 지출과 일부 부적절한 처신 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에 흔히 나타나는 군 면제는 '빽 없고 힘없는' 대다수 국민의 가슴에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곤 하지만, 모든 것을 덮고 가기엔 썩 개운치 않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김황식 후보자는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수립 후 첫 전남 출생 국무총리라는 점과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의 호의적 태도, 김 후보자가 현재로서는 차기 대권 주자가 될 리 만무한 데다 연거푸 두 차례나 총리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법관-감사원장-총리로 이어지는 김 후보자의 관운만큼이나 때맞춰 들려온 '김정은 2인자 등극'이란 북한발 '빅 뉴스'도 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했다. 청와대에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게고, 김 후보자로선 감사원장 청문회 때 자신이 다짐했던 '마지막 봉사'를 연장할 기회라고 여겼음 직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총리후보자의 자질이나 신상에 대해 그토록 열을 올릴 이유가 있을까 싶다. 무결하다면 좋겠지만, 총리의 역할이나 기능으로 볼 때 다소의 흠결이 무슨 대수겠는가. 국민의 정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남긴 하지만.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란 국무총리 자리가 허울만 좋지, 그리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현 대통령중심제 하에서의 총리는 실권 없는 2인자, '허당 총리'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총리의 최고 임무는 대통령 바람막이 역할"이란 비아냥마저 나올까. 이명박 정부의 초대총리인 한승수 씨는 장관이 해도 될 '자원외교'에 전념하겠다며 대통령 뒤에 꼭꼭 숨어 있었고, 이어 정치적 위기에 빠진 MB 정부의 구원투수로 나선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라는 특정 국정 사안에 함몰돼 경제학자 출신이면서도 경제 현안에 대해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정부뿐만 아니다. 역대 40명의 총리가 있었지만 대부분 대독총리, 의전총리, 방탄총리 등 하는 일이 불분명한 허수아비 역할에 그쳤다. 헌법이 보장한 행정부처 통할권, 장관 임명제청권, 장관 해임건의권 등 총리 권한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인사권도 예산권도 없는 껍데기 총리가 무슨 수로 각 장관을 통할할 수 있겠는가. 전임 정운찬 총리의 공식 사퇴 이후 2개월이 넘도록 총리 공석 사태가 벌어져도 국정운영에 별 이상이 없는 그런 '이상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니 있으나 마나 한 총리 자리를 없애자는 '총리 무용론'이 안 나올 수 있겠는가.

그동안 실세총리가 영 없진 않았다. YS(김영삼) 시절의 이회창,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JP는 실세총리에 속했다. 특히 참여정부 때의 이해찬 총리는 대통령 대신 새해 지방순시를 할 만큼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 권력분립 모델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정치적 상황이 변하고, 총리가 바뀌면 없었던 일이 돼버린다. 모든 대통령이 권력의 집중을 원하기 때문이다. 대개 무색무취한 인물을 총리로 선택하는 이유이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이 희한한 국무총리 제도는 분명히 모순이다. 개헌을 통해 국무총리 제도를 폐지하든지, '분권형 총리'를 제도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당장은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총리가 대통령의 꼭두각시나 '아바타'가 아닌, 정부의 가온 머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대통령의 의지로도 가능하다. '허당 총리'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령 3터널 추진 땐 재개발 차질…사업 멈춰달라”
  2. 2오시리아 ‘리빙 대첩’…롯데-이케아 경쟁이냐, 시너지냐
  3. 3석대 쓰레기매립장, 수목원으로 대변신
  4. 4캠퍼스 심야 술판…방역 의식이 취했다
  5. 5부산 명지에 싱가포르 바이오기업 R&D센터 선다
  6. 6굳건한 윤석열, 맹추격 이재명…PK 민심 어디로
  7. 7‘줌’ 8월 유료화된다는데…교육현장 대체 플랫폼 찾기 골치
  8. 8[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물음표 가득한 윤석열, 느낌표 부족한 국힘 플랜B
  9. 9[화요경제 항산항심] 메타버스로 출근하는 사람들 /안병민
  10. 10코스닥 상장사 1500개 시대 개막…부울경 100개사 건재
  1. 1굳건한 윤석열, 맹추격 이재명…PK 민심 어디로
  2. 2[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물음표 가득한 윤석열, 느낌표 부족한 국힘 플랜B
  3. 35·18 구애 행렬…여야 잠룡들 ‘호남선 정치’
  4. 4문 대통령 “부동산 원칙 조속 결정하라”…김부겸 “국정 국민통합에 방점”
  5. 5여야 요직 곳곳 포진, 시험대 선 부산 의원
  6. 6이광재 “이재용·전직 대통령 사면 분리를”
  7. 7김부겸 총리실에 부산 출신 신진구·반선호 합류
  8. 8국힘 비영남 당권주자들의 ‘영남당 논란’ 활용법
  9. 9홍준표, 복당 반대파 연일 비판 “뻐꾸기 정치 안돼”
  10. 10[뉴스 분석] 불씨 남은 당청 갈등…부동산 정책이 최대 뇌관
  1. 1오시리아 ‘리빙 대첩’…롯데-이케아 경쟁이냐, 시너지냐
  2. 2부산 명지에 싱가포르 바이오기업 R&D센터 선다
  3. 3코스닥 상장사 1500개 시대 개막…부울경 100개사 건재
  4. 4“휴대폰 요금 25% 할인 챙기세요”
  5. 5HMM, 올 1분기 영업이익 1조 원…창사 이래 최대
  6. 6“북항사태 조기 수습” 재차 밝힌 문성혁 해수장관…결자해지 나설까
  7. 7부산, 1위 횟감 연어 수정란 시험양식 나선다
  8. 8‘일자리 만들기’ 노력 빛나는 예탁원
  9. 9항만사업자 부당행위 막을 법률안 발의
  10. 10부산항만공사 등 공공기관, 29일 ‘다함께 차차차 시즌2’
  1. 1[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령 3터널 추진 땐 재개발 차질…사업 멈춰달라”
  2. 2석대 쓰레기매립장, 수목원으로 대변신
  3. 3캠퍼스 심야 술판…방역 의식이 취했다
  4. 4‘줌’ 8월 유료화된다는데…교육현장 대체 플랫폼 찾기 골치
  5. 5부울경 메가시티 합동추진단 7월부터 가동
  6. 6북항 오페라하우스 관할전 중구 판정승
  7. 7MZ세대 표심 잡아라…구청장들, 청년정책 앞세워 스킨십
  8. 8부산지역 보건소 보건증 발급 중단…요식업 “병원은 3~10배 비싸” 분통
  9. 9재개발 전직 간부, 조합 사무실 불 지르고 달아나
  10. 10양산 ‘사송’ 초교 신설 오락가락 행정에 학부모 혼란
  1. 1BNK 썸, 김한별 영입…베테랑 공백 해소
  2. 2탈꼴찌 급한 거인, 독수리 사냥 나선다
  3. 3김광현, MLB 무패 질주 제동…김하성과 첫 투타대결 무승부
  4. 4‘79전 80기’ 이경훈, PGA 첫 우승 번쩍
  5. 5동의대 류지수, 태권도 협회장기 정상
  6. 6경쟁자 마이너행…양현종, 다시 선발 꿰찰까
  7. 7첫날부터 골잔치…K리그 유스팀 경기력 빛났다
  8. 8“유망주에 많은 기회, 신구 조화 잘 이뤄갈 것”
  9. 9박지수 WNBA 복귀전, 존재감 과시
  10. 10부산 아이파크, '2021시즌 홈 레플리카 유니폼' 선보여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웅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글로벌 방역 플랫폼 참여 준비 끝냈다 /천스중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 2.0’ 시대 /손병두
기명칼럼 [전체보기]
암호화폐 무조건 부정만 할 것인가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윤석열의 5·18론
미술관 기행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탄소세와 한계비용제로 /안영철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원안위, 고리 1호기 해체 심사 통과의례 안 된다
부실조사가 초래한 시민공원 부지 오염 사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갈 길 먼 2030 엑스포 유치전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정책 제언 [전체보기]
유니콘기업으로 도시재생 해법 찾다 /김민정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와인어게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