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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희망을 품는 사회 /최원열

요즘 서민들은 슈퍼스타K2 허각 인간승리에 웃다가

오락가락 '부자감세' 정치권 때문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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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푹푹 찌는 더위에 녹초가 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을 향해 줄달음치면서 몸이 움츠러들고 감기 걱정하는 시절에 들어섰군요. 환자가 줄어 치과의원 문을 한 시간 일찍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물경기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리 삶이란 게 고진감래라고, 나쁜 때가 있으면 좋은 상황도 오는 법인데 자꾸 내리막길만 달리는 듯하니 힘이 빠집니다.

겉으로 보면 그리 나쁠 게 없지요. 각종 지표는 우리나라의 앞날에 푸른 등이 켜져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지구촌을 호령하는 '잘사는 나라'들(G20) 정상회의가 이달 서울에서 열리는 것만 봐도 국력과 위상이 쑥쑥 자라났음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는 게 다행이네요.

우리 가슴을 감동의 눈물로 흠뻑 적신 희망뉴스들이 있었지요. 칠레의 리얼리티쇼 '광부 탈출기'는 압권이었습니다. 절망의 막장에서 희망의 캠프로 이어진 69일간의 대장정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희망의 힘과 생명 존중, 인간 승리의 참 의미를 가르쳐준 기적이 아니었습니까.

또 한 가지 국내를 뒤흔든 일이 얼마 전 있었습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2' 말입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허각, 허각' 하길래 알아봤더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우선 134만 하고도 6902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동은 그게 아닙니다. 키가 작고 학력이라 해봤자 중졸인 데다 환풍기 수리공 출신에 소위 '비주얼'마저 변변치 못한, 한마디로 악조건만 두루 갖춘 청년이 그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결승에서 맞선 상대가 매끈하게 잘생긴 미국 명문대 재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펙'에서 비교조차 안 되는 역경 속에서도 실력으로 겨뤄 당당히 '평민 스타'로 우뚝 선 그 모습이 자랑스러웠던 겁니다.

허각은 말했습니다. "저와 똑같은 꿈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감동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스타가 아닌 가수,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될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돈 없고 '빽'없더라도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실력이 있다면 누구나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피워 올렸기에 우리 가슴을 울리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요.

K형, 하지만 우리 사회는 희망의 반대어인 절망으로 넘쳐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자 감세' 논쟁은 서민들에게 대못을 박고 있습니다. '기업프렌들리' 정부의 논리가 기업 이익을 늘려주면 투자와 고용이 창출되고, 자연히 서민 형편도 나아진다는 것이지만 현실이 어디 그렇습니까. 정책의 혜택은 대부분 고소득층과 대기업들에게 돌아갑니다. 공정사회에서 공평한 기회를 갖는다는데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갖자면서 거둬들인 성금을 유흥업소에서 흥청망청 탕진하지를 않나, 사랑의 온도계를 매년 새로 설치하는 것처럼 장부를 꾸며 돈을 빼돌리는 작태를 보면서 과연 절망하지 않을 국민이 있을지요. 요즘 독감백신 부족현상은 또 어떻습니까. 당국자가 하는 말이 "별 것 아니다", "배추 파동이나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라니요. 사람의 생명을 배추와 비교하는 몰상식한 태도에 절망을 넘어 분노가 치밉니다. 배추야 안 먹어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을 비롯한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질 않습니까. 그런데도 백신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어르신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처사는 참으로 슬프기만 합니다.

K형, '희망뉴스'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그 희소성 때문이 아닐는지요. 희망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합니다. 문제는 그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얼마전 행복 전도사 부부의 자살 사건에서 우리는 절망의 파괴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기에 그 끈을 놓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희망을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칠레의 광부처럼, 그리고 슈퍼스타K 2의 허각과 같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과 기다림의 자세를 갖는다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와 희망을 품는 사회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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